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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진보종편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다시 등장했다. 교양방송의 "재미없음"을 먼저 극복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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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끝났다.

언론지형이 보수편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상태에서 치뤄진 선거였다. 대한민국 레거시 미디어가 보수편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 박정희 정부에서 성장한 공영방송과 전두환 집권 후 언론통제로 대한민국 미디어는 부수화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2003년 부터 언론들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대선기간 이재명 악마화 작업처럼 노무현의 모든 것에 반대하며 악의적인 뉴스를 쏟아냈다. 급기야 길가다 물이 튀어도 노무현 탓이라는 프레임이 생길 정도였다.

 

이런 언론의 지나친 보수 편향에 맞서 진보 방송도 필요하다는 주장은 20년 째 이어져 오고 있다. 국민TV나 시민방송RTV가 만들어졌지만 이명박 때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사실상 아사 상태에 있다. 2012년 대선이 끝난 후에도 진보 종편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다시 본격화 된 적이 있었고 그 후로도 잊을만하면 RTV를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RTV는 현재 KT스카이라프(179번)에서 볼 수 있고 SK브로드밴드와 일부 케이블에서 시청 가능하지만 그나마 극히 일부 지역에만 송출되기 때문에 사실상 위성방송이 아니면 시청이 되지 않는다. 실시간 방송은 RTV 홈페이지 온에어에서 시청할 수 있다. 뉴스타파, 열린공감TV 등 보도전문 대안언론을 시청할 수 있고 대부분 방송 편성이 교양 위주다.

 

RTV를 살리기 위해 1만 명 후원이나 IPTV에서도 시청 할 수 있도록 고객센터에 전화해 방송 송출을 요구하기, 또 국회에서 나서주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다 중요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의견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나꼼수(나는꼼수다) 만큼은 재미 있어야 한다.

총선이나 대선 같은 큰 선거가 있을 때 주로 개인미디어의 인기가 상승한다. TV 방송은 워낙 보수 편향적이니 진보 지지자들에게는 늘 언론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유튜브 같은 대안언론을 찾아서 시청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이런 개인방송들은 시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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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012년 나꼼수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종편 4개가 더 생기면서 보수 일색인 언론에 대항해 많은 개인미디어들이 생겼다. 그중에 단연 국민적 관심을 얻었던 방송은 김어준이 중심이었던 나는꼼수다였다. 팟캐스트 형태의 인터넷 방송이었는데 사람들은 나꼼수에 열광했다. 영상도 아니고 소리만 들을 수 있는 나꼼수는 어떻게 그런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어준, 김용민, 주진우, 정봉주 등 중년의 남자들이 나와서 수다 떨듯이 대화를 나누는데 시사정보가 주요 소재였다. 또 국민이 알지 못했던 정치권의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네 명의 중년 남자들이 나와 자칫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시사정보들을 아주 시끄럽고 때론 경박스럽다고 할 정도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듣는 사람들도 심각하지 않아도 되서 받아들이는 데 부담이 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나꼼수가 아무리 좋은 내용을 보도 했더라도 요즘의 시사프로처럼 무게잡고 점잖게 방송했다면 그런 인기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을까?

 

가끔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시사 프로를 볼 때 재생속도를 1.25배나 1.5배로 보는 경우가 많다. 내용을 알고 싶지만 흐름이 지루할 때가 많다. RTV 편성표를 보면 주로 교양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지금처럼 RTV를 살리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들어가서 보게 되지만 지루하기는 마찮가지다. 시민 누구나 PD가 되서 방송을 만들고 참여할 수 있다지만 종편이 초창기에 왜 그렇게 예능과 드라마에 공을 들였는지 우린 잘 알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예능과 드라마의 앞 뒤에 뉴스가 편성된다. 편의점에 삼각김밥이 필요한 것처럼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송이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일단 "재미"라는 걸 고민해야 할 것이다. RTV 뿐 아니라 다른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볼 때도 참 지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보통 한 시간 넘게 진행되는 방송을 정상적으로 정주행 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유튜브 개인 미디어도 정규 편성에서는 풀 버전을 방송하더라도 뉴스데스크 처럼 짧게 단신처럼 편집해 방송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OTT 춘추전국 시대라 할 수 있을만큼 방송 플랫폼이 다양하다. 어느 특정 플랫폼에서만 방송하는 인기 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기꺼이 매달 몇 천원의 시청료를 내는 시청자들이 많다. 재미있는 콘텐츠 하나가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당장 비용면에서 대기업이 대주주인 종편이나 OTT처럼 대형 콘텐츠를 제작하기는 어렵지만 적은 비용으로도 유튜버 만큼의 인기 있는 콘텐츠를 제작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시청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늘리면 입소문이 나고 시청자가 늘면 IPTV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본다. 지금은 솔직히 방송이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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