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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 -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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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세대라면 한 번 쯤은 책으로 읽었거나 영화로 봤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이 있었다. 원작 소설은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레테의 연구", "구로 아리랑",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의 집필한 이문열 작품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 스포일 있음

시대는 자유당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시대를 거울처럼 적나라하게 반사하고 있다.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원치 않는 강원도 시골 마을로 전학을 가야했던 한병태는 5학년 2반에 배정된다. 담임 선생이 있었지만 급장 엄석대가 반의 모든 걸 맡아 하던 이상한 학급이었다. 엄석대 역시 분명 같은 학생이었다. 서울에서 전학 온 한병태의 눈에는 모든 게 엄석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가 정상적이지 않아 보였다. 엄석대는 학생들이 지각하거나 청소가 불량하면 직접 체벌도 가했다. 엄석대에 반항하던 한병태는 결국 극장 사건을 계기로 그의 권력에 무릎 꿇게 된다. "굴종의 열매는 달았다" 극중 대사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병태는 엄석대와 가까워지면서 그가 친구들에게 나쁜 짓을 시키거나 이름을 바꿔 쓰는 방법으로 대리 시험을 치루게 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더이상 엄석대의 울타리를 벗어날 자신이 없었다. 학급을 제대로 지도하고 이끌어가야 할 책임있는 선생들은 엄석대의 부정을 애써 외면하거나 적극 엄호하고 있었기에 부당함을 겪고도 반 학생들은 감히 엄석대를 어찌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선생들은 엄석대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5학년 2반을 바라봤고 가장 모범적인 반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생들은 (누구나 학생으로서 평등한 권리가 있는)5학년 2반이 아닌 엄석대반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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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고 엄석대반의 담임이 바뀌었다. 김정원(최민식)이 새로 부임해 온 것이다. 담임은 칠판에 "진실과 자유"라는 글자를 적고 "매사에 진실되게 생각하고 늘 자유롭게 행당해라"라며 첫 인사말을 전한다. 그리고 여전히 문제 없을이 잘 흘러갈 거 같던 엄석대반에 큰 사건이 벌어진다. 학교 시험을 치루고 나서 담임 김정원은 엄석대의 답안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한병태를 제외한 모두가 전교 10등 밖이고 엄석대만이 전교 1등이었던 것이다. 김정원 선생은 답안지에 자기 이름을 지우고 엄석대의 이름을 대신 썼다는 걸 알 게 된 것이다. 한병태는 처음 엄석대의 부정 시험을 알았을 때 담임에게 일렀지만 담임은 오히려 한병태를 꾸짖었다. 그 전의 선생들은 부정을 보고도 모른 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엄석대는 모든 사실이 들통나고 반 아이들은 그동안 엄석대가 저질렀던 나쁜 짓들을 차례대로 토해낸다. 칠판앞에 꿇어 앉고 있던 엄석대는 반 아이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교실을 뛰쳐나간다. 독재자 엄석대는 그렇게 끝이난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최민식)

담임 김정원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혹은 그가 타성에 젖어 있는 다른 선생들처럼 부정을 보고도 아무것도 바꾸려하지 않았다면? 엄석대반은 속은 썩어 곪아가지만 겉 모습은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김정원 같은 선생이 없었다. 썩은 것을 도려내고 잘못 된 것을 바꾸려던 사람들, 거리에서 최루탄을 맞거나 고문으로 죽어간 동지의 영정 사진을 크게 걸고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 조차 세월이 지나며 본인들이 싸웠던 대상들에 융합돼 극중의 한병태처럼 굴종의 달콤에 빠져들었다.

 

 

30년 후 김정원 선생의 장례식장에 친구들이 다시 모인다.

자연스레 과거를 회상하며 엄석대를 떠올린다. 그리고 누군가 말한다.

"요즘같은 시대에 엄석대 같은 사람이 세상을 휘어 잡아야 하는데..."

시대적으로 세상을 휘어잡은 엄석대는 누구였을까?

나는 청와대로 땡크를 몰고 갔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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