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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새누리당)의 미디어법, 문재인(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권력의 언론 통제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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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지파동 기사 >

1989년 11월 겨울의 길목이었다. 그당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론은 단연 신문과 텔레비전이었다. 티비만 켜면 하루종일 라면 뉴스가 나왔다. 정규 방송도 뒤로하고 특집으로 라면 뉴스를 내보낼 정도였다. 사건의 내용은 간단하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던 삼양식품이 공업용 기름으로 라면을 튀긴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기자는 소 뼈가 가득 쌓인 냉동창고를 배경으로 격앙되게 목소리를 한껏 키워 똑같은 뉴스를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떠들고 있었다.

 

이 사건은 누군가 검찰에 익명으로 투서한 것에서 비롯됐다. "라면, 쇼트닝, 마가린 등을 우지로 만든다"라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수사에 나섰고 언론은 마치 예행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라면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몇 달은 그렇게 우지파동 뉴스를 내보냈고 삼양라면은 업계 1위를 내줘야 했다. 그렇게 수 십년 동안 해로운 라면으로 인식 돼 왔다. 검찰과 보건사회부 수사 결과 삼양식품에서 채취한 수 백 건의 시료 중에 유해한 성분은 단 한 개도 검출되지 않았고 삼양식품은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삼양식품이 무죄였다는 걸 몰랐다. 그도 그럴것이 무죄 소식은 신문에 손바닦보다 작은 크기로 보도 됐기 때문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건 농심라면이었다.

 

우지파동을 잘 모르는 세대는 아마 2004년 만두파동은 기억할지 모르겠다. 우지파동처럼 MBC에서 촉발 된 사건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만두 업체가 불량 단무지나 무말랭이로 만두소를 만들었다는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 사건은 몇 년 동안 우리 경제, 사회에 영향을 주면서 파장이 매우 컸다. 자살자도 속출했던 사건이었다.

 

이렇게 언론의 잘못된 보도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을 만들고 나라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을 뺏어가는 일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게 언론이다.

 

이명박 정부 미디어법 강행 처리

정식 명칭은 미디어법이 아니지만 편의상 미디어법이라고 한다. 골자는 대기업도 공중파나 종합편성 채널에 진출 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공중파 PD와 작가, 아나운서 등이 파업을 강행하면서까지 반대했지만 결국 2009년 이 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2011년 종합편성(종편)이 신설됐다. 신설된 종편을 보면 조선(TV조선), 중앙(Jtbc), 동아(채널A), 매일경제(MBN)였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미디어법을 반대할만 했다. 우리가 일명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신문사들이 방송국 사업도 하게 됐으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TV조선과 jtbc는 훗날 박근혜를 탄핵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우려했던대로 KBS, MBC에 이어 종편까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중심으로 편성했고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뉴스를 만드는가 하면 범죄 관련 뉴스에 문재인의 실루엣을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MBC 뉴스데스크 >

이명박은 언론을 통제하면서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하도록 길들였다. 그 과정에서 정권에 친화적인 인물로 방송국 사장을 갈아치우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방송국 사장을 마음대로 임용할 수는 없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그게 가능했다. 알다시피 방송통신위원회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명박 정권의 새누리당은 그렇게 미디어법을 수시로 뜯어고치면서 언론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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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8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 될 예정이다. 180석의 민주당은 야당의 동의 없이도 어떤 법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필리버스터로 다수당의 입법을 막아낸 적이 없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사의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 기업, 단체 등이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반론보도 등을 보장하도록 하는 법으로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다. 뉴스, 예능, 드라마 등에서 잘못 된 내용을 내보내 특정인이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 당사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신청하면 방송 전에 관련 된 내용을 방송해야 한다. 이 때 생겨난 제도다.

 

이번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피해보상을 좀 더 구체화해 언론을 상대로 직접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가짜뉴스로 피해보는 사람들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 이번 민주당의 개정안에는 정정보도, 반론보도가 아닌 징벌적 피해보상에 촛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지금까지 강행처리한 법들을 보면 주로 국민 처벌을 강화하는 게 많다.

 

 

언론이 위축되면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마다 내 기사가 고소당해 내가 피해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제대로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위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7천억이 공중분해 됐다. 이런 기사를 내보낼 때 당연히 삼성과 정부는 매우 곤란해진다. 그들이 위력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면? 막대한 소송비용과 그 재판 과정 동안 언론은 점점 더 위축되고 제대로 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그런 사건이 또 발생해도 위축 된 언론이 보도를 꺼려하고 모두가 듣기 좋아 할만한 기사만 쓴다면 어떻게 될까?

 

징벌적 손해배상 5배.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를 징벌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징벌이 두려워 사실을 보도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 진다면 제대로 된 언론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 때 언론사가 권력의 눈치를 봐야했던 것처럼 이 법이 통과 된다면 모든 미디어가 권력과 재벌의 눈치를 봐야할지 모른다. 그 대상엔 개인 미디어도 포함 된다.

 

언론중재위원회 패싱하고 열린공감TV를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한 이낙연 후보

위에 설명했듯이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봤다면 법원이 아니라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게 순서다. 그러자고 만든 게 언론중재법이다. 그런데 이낙연 캠프는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장 서울중앙지법을 찾아간 것이다.

 

열린공감TV는 유튜브 채널이다. 지금은 블로그와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도 언론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인 미디어도 이젠 언론인 것이다. 최근 이낙연 캠프는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는 유튜버 목록을 작성해 논란이 됐다. 그들은 아무래도 이낙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내용을 더 많이 방송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을 상대로 모두 가짜뉴스라며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 미디어 중에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자본만 있는 개인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만약 언론중재법에 의해 고소가 남발된다면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가짜뉴스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그것을 재판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고 개인 미디어들은 버티지 못하게 된다.

 

처벌 중심의 언론중재법으로 개정된다면 이낙연의 사례처럼 언론중재위원회의 역할은 축소되고 고소, 고발이 남발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언론의 처벌 중심보다 반론보도, 정정보도 책임을 더 무겁게 지도록 해야 한다

우지파동 사건 당시 무죄 판결이 됐지만 언론들의 소극적인 정정보도로 삼양식품은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만약 언론중재법이 있었다면 방송사들은 짧게라도 정정보도를 했어야 했다.

언론중재법이 있는 지금도 정정보도는 해당 방송이 시작하기 전 10초 내외 짧게 자막처리하는 게 고작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처벌 중심보다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야권에서는 이번 언론중재법을 사실상 조국방지법이라 명명하고 있다. 일명 조국사태 때 언론의 추측성 보도로 조국 일가가 멸문지하를 당했다는 게 조국과 민주당의 주장이다. 누가봐도 언론의 지나친면이 있었다. 조국 이전엔 2018년 이재명에게 언론은 더 가혹했다. 대법원까지 가서 모두 무혐의 됐지만 언론은 여전히 이재명 마녀사냥에 한창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재명을 보호하는데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네거티브하는데 앞장섰다. 따라서 법사위를 야당에 넘겨주기로 결정하고 마지막 입법이 언론중재법인 건 결국엔 특정인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삼양식품, 만두파동 피해자, 조국, 이재명처럼 언론의 과잉 보도, 오보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다면 해당 방송 시간만큼, 또 기사 수 만큼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처벌로 언론을 위축시키고 다스리기 보다는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강화해 언론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게 옳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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